브라질산 계란 수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권은 정부가 브라질산 계란을 고가에 들여와 낮은 가격에 공급한 점을 들어, 브라질을 향한 '외교적 선물'이자 '혈세 낭비'라고 지적합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브라질산 계란을 개당 1,300원대에 비싸게 들여와 국내에 100원대로 유통하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사흘 뒤인 10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와 SNS를 통해 "국내 '왼쪽' 챙기는 것으로 모자라 룰라 대통령 같은 국제 '왼쪽'까지 챙겨줬다"고 정상회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쟁으로 번졌습니다. 18일에는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수입 금액과 재원 조달 방식의 적절성을 따져 물었습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목적의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고, 정부와 여당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대비한 정상적인 수입선 다변화 조치였다고 맞섰습니다.
이른바 '브라질 계란 논란'을 둘러싼 4가지 핵심 쟁점을 팩트체크했습니다.
정치권과 SNS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브라질에서 계란을 들여오는 데 혈세 800억 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엑스(X)를 통해 '실제 브라질산 수입에 든 비용은 약 16억 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수입된 신선란 총 1억 3,324만 개 중 브라질산은 112만 개로 전체 수입량의 0.8%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된 '800억 원'이라는 숫자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정확한 금액은 819억 원입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미국·태국·브라질·덴마크 4개국에서 신선란 1억 3,324만 개를 수입했고, 수입과 국내 유통 등에 든 전체 비용이 약 819억 원입니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공급이 줄자 정부가 수입을 단계적으로 늘린 결과입니다. 이 가운데 브라질산에 쓴 돈은 약 16억 원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브라질 계란을 사기 위해 세금 800억 원을 썼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온라인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브라질 현지 계란 시세가 한 알에 100원 안팎인 점을 들어 '정부가 현지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계란을 사주며 브라질 측에 막대한 폭리와 특혜를 안겨줬다'는 식의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산(개당 456원)이나 태국산(개당 498원)과 비교했을 때 브라질산 계란의 수입단가(1,464원)가 3배 안팎으로 비싼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브라질 현지에 지급된 돈은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상세자료에 따르면 계란 1알당 실제 브라질 현지 구매가격은 178원이었습니다. 나머지 비용은 항공운임 959원, 관세 307원, 보관료 등 기타 비용 20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전체 수입비용 16억 원 가운데 브라질에 지급된 계란값은 약 2억 원 수준이며, 나머지 14억 원은 국적 항공사(화물기) 운임과 국내 국고(관세)로 귀속된 셈입니다.
결국 다른 국가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전체 도입 비용이 훨씬 비쌌던 것은 사실이고, 새로운 수출 판로가 열려 브라질 측에 일정 부분 이익이 돌아간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가가 치솟은 본질적인 원인은 현지 매입가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항공편을 이용하며 발생한 막대한 물류비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브라질에 시세보다 과도한 폭리를 안겨줬다거나 외교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은 전날(18일) 논평을 통해 "수입 원가는 한 알에 1,464원인데 국내에는 약 143원에 공급했다"면서 "이 차액을 누가, 어떤 재원으로 부담했습니까. 또 국민 세금으로 메웠습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결론부터 보면 함 대변인의 지적은 사실입니다. 신선란 긴급 수입 및 할인 공급으로 발생하는 원가와 판매가 사이의 차액 손실은 전액 공적 재정인 '축산발전기금'에서 지출되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선란 수입사업에 들어간 국고 1,211억 9,300만 원은 전액 이 기금에서 투입됐습니다. 축산발전기금은 정부 출연금 등으로 조성되는 국가 재정인 만큼, 차액 손실을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 셈입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이번 정부만의 조치는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 부족 등의 사유로 국내 서민물가가 폭등하는 경우 더 비싼 해외 물량을 들여와 국내에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은 서민 물가 관리를 위해 당국이 통상적으로 하는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수입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차액을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은 과거 정부에서도 수급 안정 대책으로 활용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응해 2022년 12월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 개를 들여왔고, 2024년 1월에는 미국산 신선란을 긴급 수입했습니다. 당시에도 시중 할인 공급을 위해 판매가격을 수입원가보다 낮게 책정했으며, 그에 따른 차액은 공적 재정으로 충당했습니다.
따라서 차액을 재정으로 메웠다는 사실만으로 수입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과거 스페인산이나 미국산에 비해 브라질산은 항공운임이 개당 959원으로 수입단가의 65.5%를 차지할 만큼 물류비 비중이 컸습니다. 장거리 국가를 비상시 대체 공급선으로 삼은 판단이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적절했는지에 대한 정책적 논의는 남아 있습니다.
브라질에 외교적 폭리를 안겨준 것은 아니라는 점은 원가 구조상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수많은 나라 중 브라질 계란이어야 했는가"라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브라질산 계란의 안전성 문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장 대표는 "EU는 브라질 계란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성장촉진제 사용 등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다"라며 "혈세 들여서 국민 밥상에 위험한 계란을 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9월 3일부터 브라질산 소고기, 가금육, 계란, 꿀 등의 수입을 중단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 대표의 설명에는 구체적인 배경과 맥락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EU의 수입 중단 조치는 브라질산 계란에서 유해 화학물질이나 성장촉진제가 실제로 검출되어 내려진 처분이 아닙니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성장촉진 목적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국가 차원의 추적·관리 시스템 자료를 브라질 정부가 EU 기준에 맞춰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발생한 행정적 규정 준수 여부의 문제였습니다.
또한 국내로 반입된 브라질산 계란 112만 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살충제, 잔류농약, 동물용 의약품 등 정밀 안전성 검사를 모두 거쳐 적합 판정을 받은 물량입니다. 행정적 서류 요건 미비로 인한 국제 무역 규제 조치를 계란 자체의 안전성 결함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해당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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