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발전 해법…국회가 내려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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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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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소 기자 = 정부세종청사가 행정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 중심의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워싱턴 D.C.냐? 제2의 과천이냐?

10년 전 수도를 꿈꿨던 세종시가 또 하나의 공무원 도시로 전락할 신세에 처했다. 청와대, 국회는 이전하지 않은 채 정부부처 30개 기관만 옮겨왔기 때문이다. 해묵은 논란이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만 아니었어도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헌재가 “행정수도 건설 계획이 우리나라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위배했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세종시는 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위상이 격하됐다.

일각에서는 세종시가 행복도시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비관론을 제기한다. 정부부처가 서울, 과천, 대전, 세종 등 총 4곳에 조각조각난 상태에서 세종시가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 안살림을 도맡은 안전행정부와 새 정부 들어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2월 2단계 세종시 이전 때도 빠졌고, 올해 말 이전하는 정부 기관 리스트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 행정도시 위상 높이려면.
행정·입법·사법부 한데 모여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린 지 10년이 지난 지금 ‘세종시의 행정수도化’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올해 3단계 이전이 끝난 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본격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부처를 옮기는 소극적 이전에서 한 단계 나아가 행정수도 성격에 맞는 적극적 이전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종시 발전을 위해서는 초기 신행정수도 개념이 더 적합했다. 청와대와 국회의 이전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D.C.처럼 청와대, 국회, 정부가 한곳에 있을 때 비로소 시너지가 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이춘희 고려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국회가 행정부 감시,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세종시로 내려오는 게 맞다. 그러나 국회가 완전히 이전해야 하는 건 아니다. 국회 분원만 설치돼도 실질적인 행정수도 조건은 마련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때만 국회의원들이 세종시에 내려와서는 입법부 기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최준호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입법부)뿐 아니라 법원(사법부)까지 모두 세종시로 옮겨와야 한다고 전한다. 최 교수는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세종시가 수도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선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등 3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행정 비효율성 해결책은.
‘세종시는 껍데기 행정도시인가.’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는 그렇다 치고, 국무총리가 격주로 주재하는 회의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무를 맡은 공무원들도 잦은 서울 출장 때문에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무실보다 자동차에서 업무 보는 시간이 많다고 해 ‘차관(車官)’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경제부처의 모 과장은 최근 서울에서 일정이 있는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KTX를 타고 급히 올라갔다가 허탕을 치고 내려오기도 했다. 장관에게 또 다른 긴급 일정이 생겼기 때문.

이뿐인가. 공무원들은 세종시로 내려온 뒤 전문가 소집이나 민간단체와의 업무 협의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정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부세종청사가 행정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리가 세종청사 총리실을 놔두고 서울에서 주요 회의를 하는 것도 결국 대통령 눈치를 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허준영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총리와 장관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주는 책임총리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핵심적 결정사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선 총리가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종시에서 회의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교수는 “국무회의를 서울 중심으로 열지 말고 세종시에서도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국회의 상임위원회도 세종시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명무실한 화상회의, 스마트워크센터 활용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세종 간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선 IT 인프라를 통한 해결밖에 없다는 것이다. 허준영 부연구위원은 “세종시 청사 이전은 비대면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화상회의, 스마트워크센터의 보안을 강화한 다음 자주 이용하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친숙해지다 보면 영상을 통한 회의가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버리는 것보다는 더 개선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 업무도 스마트, 재택, 원거리로 가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 접근성 강화 방법은.
KTX 직통 노선 신설이 정답이다. 세종시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교통 여건 개선이다. 그간 세종시는 민원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기에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부고속도로, KTX 경부선 라인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정부세종청사가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스스로 고립된 섬을 만들어서야 되겠느냐며 직통 노선을 신설하든지, 대중교통을 당분간 무료로 운영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양대 도시학과 이창무 교수는 “자족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과욕이 도시 간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중앙 행정 기능의 특성상 수많은 관련 기관 직원과 국민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새로운 교통 체계가 필요하다. KTX뿐 아니라 고속도로의 신설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직통 노선의 고속철도가 필요하다. 건설 기간 동안 오송역, 대전역, 서울역 회의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대 행정학과 최준호 교수는 “KTX 오송역과의 접근성이 낮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며 “직통 노선을 신설하는 건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오송역과 청사 간 일반버스 노선 신설 혹은 셔틀버스 운행 등의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 대학 및 기업, 병원 유치 필요한가.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행복도시건설청은 ‘행복도시 자족기능 확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연말까지 2개 대학을 선정하고 도시형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벤처기업을 적극 유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대학과 기업의 유치를 통해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KAIST가 세종시 대학 부지 내에 들어오기로 돼 있지만 올해 예산을 받지 못해 이 또한 불확실한 상황이다.

세종시 발전을 위해 대학, 기업, 대형병원 유치는 필수인가. 행정도시 성격상 기업 유치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양대 이창무 교수는 “민간 기업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경우 정부부처가 겪고 있는 것 이상의 비효율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며 “과도한 유치 전략은 오히려 국가적인 비효율성을 양산할 뿐”이라고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제해성 교수는 “경제 성장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종시가 기업을 유치하는 건 다른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과 같다. 기업을 빼앗아 오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 유치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영남대 최준호 교수는 “세종시로 대학 등을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전시 유성구 사례처럼 공무원과 주민들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살아 있고 경쟁력 있는 중·고등학교 설립과 운영이 필요하다”며 “지역민들을 위해선 대형병원도 입주됨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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